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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스토리로 크는 아이 2 - 기다림의 선물

교육정보
작성자
SP교육연구소
작성일
2016-11-19 11:21
조회
2198
스토리로 크는 아이
-기다림의 선물 -


몇 년전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제주도로 찾아가 고래떼를 만나는 미션수행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문득 나도 고래가 너무 보고 싶어졌었다.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고래를 보기 위해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고래가 잘 나온다는 지점에 요트를 타고 가서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렸지만 고래는 나타나지 않았다. 요트 사장님은 아쉬워하며 고래가 잘 나오는 지점만 계속 바라보면서 서너 시간 더 요트에 떠 있으면 볼 수 도 있다고 하였다. 고래를 실제로 만나는 것은 긴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래는 바다 말고도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수족관에 가거나, 인터넷 동영상이나 책에서도 우리는 고래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고래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어떻게 고래를 만나는 것이 가장 행복하고 반가울 것인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기다림이란
급변하는 세상 속에 사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기다림이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정해진 시간을 두고 기다려서 원하는 목표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 그래도 기다릴만하다. 그러나 고래를 기다리는 일처럼 기다림의 끝이 언제인지 알지 못하면 우리는 힘들고 지치게 된다.
그림책 ‘고래가 보고 싶다면(줄리 폴리아노 글. 에린E 스테드 그림. 김경연 옮김. 문학동네)’에 는 고래를 만나고 싶은 아이가 등장한다.

고래가 보고 싶니? 그렇다면 창문이 있어야 해.
그리고 바다도. 시간도 있어야 해. 바라보고 기다리고
‘저게 고래가 아닐까?’ 생각할 시간도.

그림책에서는 고래를 만나기 위해서 분홍빛 장미도, 으리으리한 해적선도, 오도카니 앉은 펠리컨도 작은 벌레도 모두 모른 척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래가 나올 바다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주인공이 타고 있는 배 아래에 고래가 등장한다. 그렇지만 아이는 고래가 자신의 배 아래까지 와 있는 것을 모른다. 그래도 주인공은 고래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뱃머리 앞으로 고래가 얼굴을 내밀며 아이 앞에 등장한다. 고래를 보고 싶은 간절한 기다림으로 많은 유혹들을 뒤로 한 아이 앞에 고래는 고맙다는 듯이 나타난다.

그림책에서 말하는 고래는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무언가 혹은 개인의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원하는 것을 만나거나 목표를 이룰 때까지 우리는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지만 막연한 기다림은 우리를 지치고 힘들게 한다. 늘 바쁘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항상 마음이 급하다. 고래를 기다리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다가는 뒤처지기 쉽다. 그러나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림책에서 볼 수 있듯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진득함이 필요하다. 많은 유혹을 뒤로 한 채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타고 있는 배 아래에 고래가 와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발밑에 목표가 다가와 있는지도 모른 채 그냥 포기해 버리고 만다. 조금만 기다리면 고래가 내 앞에 웃으며 나타날 텐데 말이다. 고래를 만나게 되는 것은 간절하게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고래가 나올 곳만 바라본 이들을 위한 선물이다.

우리 아이들이 만나고 싶은 고래는 무엇일까? 점점 빠르고 즉흥적이며 충동적이 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인생은 기나긴 기다림의 연속임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때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으로 힘들고 지칠 때도 있다. 꼼짝달싹 할 수 없이 기다리게 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기다림에 지쳐 힘이 빠지고 속상해서 포기하고 싶은 그 순간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 보자. 자신이 타고 있는 배 바로 아래에 나의 목표와 꿈이다가와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하고 있는 기다림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그림과 간결한 글로 소개하고 있는 ‘고래가 보고 싶다면’ 그림책으로 우리의 자녀들에게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보자.

* 같이 보면 좋은 그림책
- 「나는 기다립니다」 다비드 칼리 글. 세르주 블로크 그림. 문학동네

SP교육연구소 소장 장선화